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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BeeHoney 2006. 10. 28. 22:52

 

                                                                                                                강화도 2005

 

 

 

 

 

이렇듯 나의 삶은 중심점이 없이, 수없이 극과 반대 극 사이를 경련을 일으키며
떠돈다. 한편으로는 고향에 머무르고 싶은 동경과 다른 한편으로는 길을 떠나는
동경이 있다. 한편으로는 수도원과 고독을 찾으려는 욕구와 다른 한 편으로는 사랑과
공동체로 향하려는 충동이 있다!

So aber hat mein Leben keine Mitte, sondern schwebt zuckend zwischen vielen
Reihen von Polen und Gegenpolen. Sehnsucht nach Daheimsein hier, Sehnsucht nach
Unterwegssein dort. Verlangen nach Einsamkeit und Kloster hier, und Drang nach
Liebe und Gemeinschaft dort!

 

 


방랑자에 있어서 사랑은 한 비유다. 방랑자는 그의 "사랑을 지상의 어느 한 곳에 못
박아 두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방랑자가 한 여인을 사랑하면, 그 여인은 어느 특정한 여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의 여성이다. 방랑자가 주는 사랑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한 여인에게 모두 바치는 것이 아니라 "유희하듯" 모든
사물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길가의 꽃이나 이름 모를 새, 나무, 돌 - 이 모든
사물들이 방랑자의 사랑의 대상이다. 이것이 헤세가 생각하는 방랑자의 참 모습이다.

 

방랑자에겐 그를 제약하는 어떠한 것도 없다. 그에게는 국가나 민족이나 이념이나
종교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것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고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헤세의 생각은 만일 우리 인간들이 방랑자와 같은 생각을 갖는다면 미래
세계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방랑자들은 그러므로 편협함과 현실에 안주하는 자, 소유욕과 정복욕에 빠진 자들이
아니라 보다 세계관적인 안목과 평화를 꿈꾸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방랑자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형태로는 자연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도보여행자다. 흔히 도보여행장려운동 Wandervogel과 같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도시와 현대의 물질문명을 피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숨쉬려는 운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페터 카멘진트』나 헤세의 많은 산문집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방랑이다.

 

그 다음은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방랑자인 "순례자 Pilger"이다. 순례자는 이념이나
이상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써『싯다르타』나 『동방여행』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바로 그들이다. 서양적 사고와 이념에 회의를 느낀 주인공들이 빛의 고향인 동양으로
떠나는 성스러운 방랑이다.

 

이 방랑자는 때로는 국적 이주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헤세 자신과 같이 여러 나라의
국적을 가졌던 사람이나, 본래의 국적을 포기하고 완전히 다른 국적을 얻는 이주자나
망명자의 모습이다. 정치적으로 외톨이가 되든지, 사회적 규범과 심리적 안정감을
잃고 방황하는 "아웃 사이더"도 여기에 속한다. 『황야의 이리』는 현실과 물질문명을
등지고 배회하는 현대인의 방랑을 잘 그렸다. 그런가 하면 정처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도는 『크눌프』 속의 크눌프와 같은 "집시 Nomade"도 방랑자이다.

 

"도주 Flucht"가 가끔 방랑과 같은 개념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미 헤세의 삶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는 자주 중심을 잃고 방랑을 일삼았는데, 그는 이런 도주를 여행으로
미화했다. 도주는 그가 "즐겨 찾는 소원"이었으며 이런 수단을 통해 그는 숨막히는
현실을 극복하였다. 비록 헤세 자신은 이런 도피적 방랑에 대한 동경이
"고통으로부터의 도주"33)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여러 번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도주하였다. 마울브론 신학교를 탈출하여 정처 없이 방랑한 것이라든지
가이엔호펜에서 번거로운 일상사로부터 "현실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인도로 도주
여행을 간 것 등은 도주가 헤세적인 의미의 방랑과 얼마나 유사성이 있는 가를 잘
보여 준다. 『황야의 이리』에서 하리 할러가 물질문명을 피해 마술극장으로 도주한
것도 다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도주와 방랑은 그 의도가 무엇인가? 헤세의 방랑과 도주를 꾀 뚫어 보면
이것들은 결국 안으로 향하는 것이라는 헤세의 본질적인 사상과 부합된다.

 

 

 

                     -------------<헤세의 생애를 통해 본 방랑과 안주의 모티브>中에서
                                              홍 순 길 (목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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